베트남 나트랑 한달살기 중 - 오늘 아침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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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베트남 나트랑 한달살기 중 - 오늘 아침의 기록 ♬

07:00 am

오늘 아침의 나트랑 풍경

트남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한국에서라면 10시는 넘어서야 일어날 텐데 요즘 베트남에서의 나는 빠르면 6시면 눈이 번쩍 떠진다. 그렇다고 전날 일찍 잔 것도 아니고 새벽이 다 된 시간에 잠드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몸이 본능적으로 이곳에서의 시간이 1분 1초가 아깝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통은 일찍 일어나도 1시간 정도는 침대와 한 몸이 되어 그냥 뒹굴뒹굴하지만 오늘은 할 일도 많고 마음도 바쁘다. 곧 냐짱을 떠나니까 더 조바심이 난다. 무엇보다 어제 베트남 동 인출한 것을 다 썼기 때문에 일단 다시 은행부터 가야 한다. 어제 정말 저녁도 아슬아슬하게 먹고(하지만 양껏..) 마지막 남은 5만 동까지 탈탈 털어 해변에 반쯤 누워서 사이공 비어까지 마시고 딱 500동이 남았다. 한국 돈 25원..ㅎㅎ 사실 베트남 동은 화폐가 크기도 하고 동전이 없는 문화라 지폐가 수북한 것 같아도 다 합치면 한국 돈으로 10000원도 안될 때가 있다. 어제 마신 맥주값은 2500원 정도였지만 지폐는 한 15장 정도 준 것 같다. 보기도 귀한 500동짜리 한 장 남아서 아침에 커피를 마시던 밥을 먹던 일단 은행 가서 돈부터 뽑아야 했다. 한 번에 넉넉하게 뽑아 놓을 것을, 가깝지도 않은 VP 은행을 몇 번을 갔다.

지만 덕분에 오늘 아침 7시의 베트남, 나트랑 풍경을 마주할 수 있어 이번 여행 중 가장 설레고 기뻤다. 걷다 보니 시장도 나오고 분주하게 과일과 아침 거리를 사는 사람들, 아이와 함께 뜨끈한 쌀국수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 느리게 떨어지는 핀의 커피까지. 진짜 베트남의 모습이다. 확실히 나는 이런 것이 좋다. 호사스럽고 화려하고 안락한 고급 호텔, 꿀같은 리조트도 좋지만 이렇게 시끄럽게 1초마다 경적을 울리는 거리를 끼웃거리며 걸어 다니는 편이 훨씬 신이 난다.

오늘 아침 7시에 마주한 풍경

일 같이 보던 풍경, 매일 걷던 나트랑 시내 거리인데 아침 7시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낮이고 저녁이고 나트랑의 이 작은 시내 중심은 CCCP 카페를 꼭짓점 삼아 한국 여행자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아침 7시에 풍경은 전혀 달랐다. 베트남인들로 가득한 풍경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부지런한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부터 목욕탕 의자에 앉아 신나게 떠들며 핀에 커피를 내려마시고 또 껌땀이며 국수며 곳곳에 맛있는 향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더운 날씨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은 대부분 퍼나 분과 같은 국수를 아침으로 먹는다. 분명 늘 손님이 없어서 쓸데없이 가게의 매출 걱정까지 했던 곳들도 오늘 아침 7시에 보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아침 맛집이더라. 조용해서 좋아했던 안 카페에 돈 뽑자마자 가서 모닝커피 마셔야지 하고 왔는데 웬걸, 아침 8시도 안된 시간부터 빈자리가 없다. 카페도 크고 시간도 이른데 베트남 사람들에게 여긴 아침 맛집이었나 보다. 보통 낮이나 오후에는 여행자도 많지만 아침의 이곳은 외국인은 나 혼자이고 빈자리 없이 베트남 사람들로 꽉 찼다. 내가 매일 침대에서 쿨쿨 자느라 몰랐던 이곳의 아침 풍경이 생경하면서도 너무나 재미있다

이른 아침부터 꽉 꽉 찬 안 카페의 풍경

피만 마시려고 했지만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나도 그들처럼 베트남 식 아침을 주문해 본다. 퍼보, 보네 처럼 베트남 사람들이 아침 메뉴로 즐겨 먹는 보코(Bò kho)이다. 큼직한 소고기를 넣은 수프에 향채, 고추 등을 넣고 따뜻한 반 미를 푹 찍어 먹는다. 따뜻한 수프와 바게트의 조합은 백전백승, 실패할 수가 없다. 게다가 베트남의 바게트는 얼마나 맛있는가! 고수까지 들어있고 매운 베트남 고추까지 넣으니까 아침부터 눈 밑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정도로 매콤하면서 맛있다.

보코를 먹으면서 기록하는 여행 일기, 오늘 아침은 베트남의 사랑받는 아침 메뉴, 보코(Bò kho) ! 바게트와 수프 조합은 필승 조합

번 한 달 살기를 오기 전부터, 아주 먼 시간에는 그저 한 달 살기에만 설렜지만 여행이 가까워오면서는 현생에서의 골치 아픈 일이 몇 가지 쌓인 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마음도 불편하고 걱정도 많고 여행 내내 그 생각에 즐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처리해야 할 싫은 일들이 마치 샤워하다 흑역사가 떠올라 치를 떨게 되는 것처럼, 허공에 하이킥을 날리듯이 즐거워야 할 여행 순간순간에도 싫은 일들이 떠올라 감흥이 떨어지고 울적해지기도 하고, 현실에서 무슨 골치 아픈 일이 있어도 여행에 오면 스위치를 꺼버리고 신나게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아름다운 여행지에 와서도 돋보기를 끼고 골치거리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면밀히 살펴보는 그런 미련한 사람도 있는데,,,, 네 맞아요. 그 사람이 나예요. 예전에는 이런 성격이 더 심하기도 하고 스스로도 너무 싫어하는 성격이라 또 한 번 자괴감에 빠지면서 자학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좋아진 것이 있다면 '나는 원래 성격이 그래. 어쩌겠어'하고 더 이상 자학은 안 한다는 점. 포기랄까 체념이랄까 그래도 마음은 조금 편해졌으니 상관없다.

싫은 일이 하나 생기면 좋아하는 일을 하나 더하자.

칠 전 또다시 처리해야 할 싫은 일이 하나 추가되었다. 그 싫은 일은 피할 수 없이 해야 하지만, 대신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하면 조금은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문득 어느 정도 기분이 나아졌다. 불행 1개가 생기면 행복 1개 추가해서 퉁치는 느낌이랄까. 그 행복이 커피 한 잔 정도의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그렇게라도 또 한고비 버티고 지나갈 수 있는 것 같다.

무튼 오늘 아침을 7시부터 시작한덕분에 하루가 아주 길 것 같다. 아침 일찍 밖으로 나온 덕분에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이렇게 일기도 써보고, 카페에서 노트북도 두드려본다. 2000원 짜리 아침 식사를 하며 보낸 오늘 아침이 이번 여행 중에 가장 재미있고 여행 같았던 기분이 든다. 이런 순간들을 더 만나고 또 기록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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