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21 호치민 여행에서 처음 먹은 베트남 음식은 간판 없는 길거리 소고기 쌀국수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773 조회
- 목록
본문

호치민 여행의 일행인 장호빈이 비행기를 놓쳐서 다음 비행기를 부랴부랴 예약하여 온다는 병신짓을 하는 바람에, 혼자 숙소에 체크인 후 근처를 돌아 보기로 했다.
일단 오후 6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현지 시간 10시에 내려서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당장 뱃속에 무언가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걷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야외 테이블을 깔아두고 영업 중인 작은 가게들이 꽤 있었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가 늦게까지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4군 정도면 치안도 괜찮은 편인지 위험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음.

멀리 갈 필요 없이 조금만 걸어도 쌀국수 파는 가게가 보여서 앉은뱅이꽃이 피었습니다처럼 바로 앉았다.
인도 위에 플라스틱 간이 테이블과 목욕탕 의자를 깔고 쪼그려 앉아서 먹는 야외 쌀국수... 내가 기대하고 있던 바로 그 베트남 쌀국수를 먹는 풍경이었다.


이 가게는 구글맵에 검색해도 안 나오고, 그냥 간판 없이 매대 하나 두고 요리하는 간이 길거리 쌀국수 가게인 것으로 보인다.
글 맨 아래에 대략적인 위치를 표시해서 구글맵을 첨부할 건데, 결론부터 말하면 엄청 맛있으니 호치민 4군 리버게이트 레지던스에 묵을 예정이라면 야식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린다.

판매하는 메뉴는 두 가지.
45.000동의 타이 보 비엔(Tái Bò Viên)과 35.000동의 분 보 비엔(Bún Bò Viên)인데, 검색해 보면 둘 다 소고기 쌀국수이지만 위의 메뉴가 더 우리나라 돈으로 500원 더 비싸다. 그냥 이걸로 주문함.
안에 들어가는 면은 쌀국수 면과 인스턴트 면 중에 고를 수 있다. 당연히 전자로 선택 ㅎㅎ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서 플라스틱 목욕탕 의자 하나 잡고 조심스레 쭈구려 앉았다.
테이블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은 취향껏 쌀국수에 넣어 먹을 수 있는 해선장과 칠리소스, 베트남 고추와 라임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라임보다는 레몬이 저렴해서 그런지, 베트남 쌀국수 집을 가도 레몬을 주는 경우는 봤어도 라임을 주는 경우는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그러나 레몬과 라임은 전혀 다르다. 레몬이 과일 특유의 시큼함이 강조되어 무척이나 튀는 향이라면, 라임은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향과 산미를 준다.
분명 베트남 사람들이 쌀국수에 라임을 짜넣는 이유가 있을 것임.

금방 익는 면과 미리 준비된 스프 덕분에 금방 등장하는 소고기 쌀국수.
뿌옇고 진해 보이는 스프 위로 가득한 쪽파와 듬뿍 올라간 소고기 토핑이 눈에 띈다. 내가 주문한 소고기 쌀국수는 소 힘줄까지 올라간 메뉴인 거 같다.

같이 오기로 한 사람이 비행기 놓쳐서 야밤에 혼자 현지인들과 밖에 앉아서 먹는 쌀국수가 첫 끼... 이건 귀하네요.

수저통도 뭔가 동남아 느낌 물씬 나고 멋지다.
베트남 할머니네 집에 가면 얼른 밥 먹으라고 이거랑 쌀국수 오지게 펼쳐놓고 배부르다고 하면 간식 즉시 내놓을 거 같다.

스프 먼저 맛봤다.
베트남 국민들의 삶이 녹아든 진한 국물... 한 숟갈 먹자마자 반해서 호치민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베트남에서 살다 온 장호빈 말로는 이거 다 MSG로 낸 맛이라고 한다. 물론 소고기로만 푹 끓여서 진한 맛이 나면 더 좋겠지만 여행 와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지 ㅋㅋ

야들야들 보드라운 쌀국수 면은 진한 스프와 정말 잘 어울리는 식감.
입안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실크로드. 대리석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 같은 부드러움이 온몸을 휘감는다.

푸짐하게 들어 있는 소고기 토핑은 또 다른 매력.
역시나 푹 익혔는지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좋고, 보들보들 면과 대비되는 씹기 좋은 식감이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마치 허당 이승기를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이다.

절반 정도 먹고 나서 테이블에 놓인 각종 아이템을 가지고 색다른 맛으로 국물을 강화해 본다.
매콤함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피가 들끓으므로 칠리소스를 좀 추가하고...

어릴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기 때문에 라임을 추가한다.
모든 소스들이 별미를 선사하지만 베트남 고추는 조금만 넣는 것이 좋다. 무척이나 매워서 뭣도 모르고 막 넣었다가는 입안에서 화려한 폭죽놀이가 펼쳐짐.

호치민에서의 첫 끼 대만족!!
그냥 길거리에서 대충 앉은 곳에서 먹은 음식도 이렇게 맛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저 많은 맛기행이 펼쳐질지 도대체 감이 오지 않는다. 시작이 좋아 ㅎㅎ

다 먹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바로 근처에 있던 과일주스 파는 곳에서 입가심으로 하나 사 마셔 보기로 한다.
매대에 진열해 둔 과일이 워낙 맛있어 보여서 눈길이 저절로 멈춘다. 동남아에서 과일만 많이 먹고 와도 남는 거라고 했는데 ㅎㅎ

저렴하게 갈증 해소하기 좋은 가게라 그런지 이렇게 스쿠터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도 테이크아웃으로 사 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사장님이 넉살이 좋으셔서 주문할 때도 즐거웠음 ㅋㅋ

천 원 정도 되는 가격에 여러 가지 과일주스를 판다.
평소에 안 먹어 본 과일로 골라보고 싶어서 구아바로 골랐음. 김C가 광고 찍었을 때도 안 먹어 본 과일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아직 구아바도 안 먹어 봤냐고 경멸하는 강아지.
니 견생이 내 인생보다 낫다 ㅠㅠ

막 달지 않고 은은하게 과일향이 나서 오히려 더 좋았던 거 같다. 설탕을 타지 않고 과일만으로 맛을 낸 거 같아서 내 취향에 맞았음.
나는 쥬시 유행했을 때도 당도를 제일 낮게 마시곤 했었지 ㅇㅇ

만족스러운 첫 끼를 마치고 숙소에서 일행을 기다리기 위해 자리를 떴다.
시작이 좋아서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호치민 여행.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재밌게 놀아야징!!
호치민 여행에서 처음 먹은 간판 없는 길거리 소고기 쌀국수

Chung cư H1, 006 Đ. Hoàng Diệu, Phường 8, Quận 4, Thành phố Hồ Chí Minh, 베트남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