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마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 너무나 사랑스런 하노이 여행 명소, 베트남 가볼만한곳 서호 콩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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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콩카페
주소 : 15 P. Trúc Bạch, Trúc Bạch, Ba Đình, Hà Nội
서호 남쪽, 쩐꾸옥 사원에서 도보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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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래도록, 얼마나 간절히 바라던 순간인지 모르겠다. 물때가 만조로 향하듯 형용하기 힘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슬그머니 밀려든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하나 없는 날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늘, 이 별것 아닌 순간을 마주하기 위해서 그토록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 했다니.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믿기지 않는다. 몇 번이고 볼을 꼬집고 머리통을 두들겨 본다. 슬쩍 기분이 나빠지는 걸 보니 현실이 분명하긴 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꿈속을 걷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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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것이 꿈이 아니라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하나밖에 없다.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정신없이 잰걸음을 향했다. 한때 구글 지도에서 사라져서 나를 상심케 했던 녀석이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내서 직접 안부까지 물었건만 나는 이곳의 생사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서호의 동남쪽, 둘레만도 18km나 되는 거대한 호수의 조그마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하노이에만 서른 곳 가까운 매장이 있지만, 그중 스무 곳 가까운 매장을 직접 겪었지만 여기만 한 데는 없다. 서호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콩카페가 오늘도 나직한 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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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의 관심에서는 꽤나 멀어져 있는 서호다. 아마도 그 탓이다. 지금까지 다녀본 스무 곳 남짓의 콩카페를 모두 통틀어도 여기보다 사랑스러운 공간은 없지만 이 정도로 손님이 뜸한 콩카페 역시도 본 적이 없다.
이 시국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글 지도에서 사라졌을 때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아무리 행복 회로를 돌려도 상상의 결말은 폐업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내가 기억하는 콩카페 중에 여기보다 장사가 안 되는 지점은 단언컨대 없었으니, 결국 부채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지점이 직영 매장이냐 아니냐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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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쓰리다. 맞은편에 자리하는 하이랜즈 커피가 구글 지도에서 무려 4천 개에 달하는 리뷰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비록 리모델링 때문에 새로 문을 연 탓이긴 하나 40개도 되지 않는 이 집의 리뷰 수는 너무나도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입지 선정이 잘못됐나 싶다가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사장도 아닌 내가 괜히 마음을 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의 유명세와 달리 콩카페는 현지에서 그렇게 인기 있는 브랜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서호는 콩카페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여행객들은 오직 호안끼엠만 사랑할 뿐이다. 그들은 서호를 비롯한 호안끼엠 아닌 모든 호수에 관심이 없다.
하노이에서 가장 커다란 호수라는 상징성과 동네 주민들의 굳건한 지지와 사랑은 서호가 자리한 주변을 꽤나 있어 보이게끔 만든다. 하지만 알 바인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 '어쩌라고'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여행객들은 별 관심 없다. 이 주변에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도 없고 맥주 거리 같은 것도 없으니, 특이점이 오지 않는 한 서호가 여행자의 발길로 부산해지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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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다. 언제 찾아도 한적한 분위기에서 거의 모든 공간을 내 것처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손님이 있는 듯 없는 듯하는, 단 한 번의 예외가 없었던 이곳의 한결같은 고요함은 자꾸만 사장님의 재정을 걱정하게 만든다.
당장 오늘이라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조그마한 철문을 열어젖힐 때마다 나를 엄습하니, 나는 고향에 온 듯한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다가도 뒤따르는 불안에 나도 모르게 굳은 표정을 하고는 한다. 번민할 수밖에 없는, 참으로 얄궂은 굴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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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다. 나만의 작고 소중한 서호 콩카페가 아니게 되는 것은 살짝 아쉬울 테지만 없어지고 후회하는 것만 할까 싶다. 많이들 찾아 주세요. 정말 좋습니다. 호안끼엠도 좋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서호 갑시다. 두유 노 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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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콩카페가 진출한 지 꽤 되었으니 익숙한 분들이 많으실 테다. 코코넛 커피의 존재감이 너무나 압도적인 탓에 그 외의 것들은 들러리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콩카페는 그것 말고도 할 줄 아는 것이 꽤나 많은 상당히 재능 있는 친구다.
사장님 코코넛 커피 큰 거 한 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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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긴 시간 구글 지도에서 보이지 않았으니 적잖이 대공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주문을 끝내고 느긋하게 둘러본 매장은 기억 속의 편린과 상당히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눈에 띄는 차이라고 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 마섬유로 적당히 얽은 커튼이 보이지 않고, 겨울이 아니라서 굿즈가 살짝 부실하다는 것 말고는 립스틱 색깔을 바꾼 여자친구만큼이나 변화를 알아채는 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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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려 반가운 일이다. 4년 반의 시간을 거슬러 정말로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덕분에 나는 한결 푸근해진 마음을 안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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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기억하던 모습이 아니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기우일뿐이었다. 내 기억 속 풍경에서 한 치의 오차도 벗어나지 않은 채로 나를 반겼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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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하게 얽은 나무 탁자도 그대로,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본 적 있는 듯한 정겨운 빨간 쿠션도 그대로다. 리모델링을 한 것이 맞나 의심될 정도로 기억하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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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좋아. 아마도 본 적 없는 것은 이 녀석 하나인 듯하다. 왠지 모르게 초면인 듯한 선풍기는 오직 나를 위해서 준비된 것이다. 그럴 리 만무하지만 오래도록 2층에는 나밖에 없었던 탓에 이 녀석은 꽤나 긴 시간 동안 나 하나만을 향한 채 정신없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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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던 커피를 잠시 내비두고 걸음을 안으로 향했다. 에어컨 바람이 그리웠던 탓도 있지만 무심코 지나친 순간을 조금 더 진득하게 톺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슬쩍 달라진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다. 딱히 중요하진 않다. 애타게 추억하던 것을 그저 추억으로 묻어야 함이 아님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지금 날아갈 듯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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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조화였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빼곡하게 들어찼다. 꽤나 부산함이 느껴지는 공기가 철문 너머로 슬며시 들이치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것마저도 기꺼웠다. 이른 새벽의 도떼기시장 같은 희미한 어수선함을 벗한 채 불편한 의자에 앉아 한참을 망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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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대동소이하나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그 대수롭지 않은 차이를 알아챌 수 있다면 당신은 이 집을 찾는 것이 좋다. 서호 콩카페는 하노이의 모든 지점을 통틀어서 코코넛 커피를 만드는 솜씨가 비교적 좋은 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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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들이키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잔을 두고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떠나기는 아쉬우니 한 잔을 더 주문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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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난 비나카노는 나의 얼굴에 푸근하게 번져 있던 미소를 살짝 앗아가고 말았다. 비나카노는 전통 방식의 핀 드립으로 추출한 베트남식 아메리카노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참 미묘한 맛이 나는데, 어딘지 모르게 먼지를 뒤집어쓴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이게 대체 뭔 소리인가 싶은 분들은 직접 시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 돈으로 2천 원밖에 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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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카노는 실패했지만 되려 즐거웠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줄로만 알았는데 추억 보정이 아주 없지는 않았구나 싶어 잠시 웃고 말았다. 그나마도 마시다 보니 나름 적응이 된다.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고는 다시 길 위로 나설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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